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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이지선 기자

'대학 등록금' 대란

'대학 등록금' 대란
입력 2009-04-23 21:43 | 수정 2009-04-2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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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C▶

    대학 등록금 천만 원 시대.

    싱그러워야 할 캠퍼스에 몇 년째 혹독한 겨울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등록금 때문에 학생들이 빚을 지고, 학업을 포기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끊고 있습니다.

    이지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VCR▶

    2009년 봄.

    등록금 인하를 외치는 학생들이
    경찰에 무참히 연행됩니다.

    대학이 있는 곳이면 전국 어디서나
    하루가 멀다 하고 집회가 열리고,
    여학생들의 삭발식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교 안에서만 했던 삼보일배는
    캠퍼스 담장을 벗어나, 급기야
    서울 명동 한복판으로까지 나갔습니다.

    이 모든 게 등록금 연간 천만 원이라는
    살인적인 숫자 때문입니다.

    대학교 2학년 김영제 씨는
    저녁 6시만 되면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갑니다.

    새벽 2시까지 8시간을 꼬박 일해도
    한 달에 버는 돈은 70만 원.

    생활비에, 이미 대출받은 학자금 이자를
    내기도 벅차 다음 학기 등록금은
    거의 모으지 못했습니다.

    ◀INT▶ 김영제/대학 2학년
    "많이 힘들어요. 돈 벌 시간도 촉박하고
    공부할 시간도 촉박하고요.
    모아놓은 돈도 별로 없고...
    일 안 하면서 공부하고 싶은데
    돈이 없으니까..."

    대학 3학년 양 모 씨는 기회만 나면
    새로운 약의 효능을 알아보는
    인체 실험 대상이 되는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약을 먹는 게 꺼림칙했지만
    한 번에 수십만 원을 벌 수 있어
    5번이나 이 아르바이트에 참가했습니다.

    ◀INT▶ 양OO/대학 3학년
    "주변에 만류도 계속 있고...
    한두 번 하고서 더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는데, 등록금은 계속 오르고
    경제상황은 갈수록 안 좋아지고..."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 수는
    매년 크게 늘고 있는데,
    보통 대출이자는 연 7.3%로
    학생들이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높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학자금 연체가
    5만 6천 건이 넘었고,
    대학생 신용불량자도 불과 2년 사이에
    11배나 증가해 7천4백 명에 이릅니다.

    학자금 대출로 학업을 이어온
    29살 최민수 씨.

    4학년 마지막 학기 학자금 대출을 받지 못해
    졸업 두 달을 앞두고 학교에서 제적됐습니다.

    결국 최 씨는 대학도 졸업하지 못하고
    남은 건 2천만 원의 빚뿐입니다.

    ◀INT▶ 최민수/대학 4학년 제적
    "내가 이자를 내기 위해 학교를 들어갔나라는
    생각도 들고... 졸업을 못하니까
    밖에서 일할 수 있는 입장도 안 되고..."

    등록금이 없어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좌절감에, 자살하는 학생들도
    매학기 속출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에 입학했던
    29살 정 모 씨도 복학과 휴학을 반복하다가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INT▶ 정OO 대학 동창
    "정말 취업 안 되거든요. 그런데 집안 형편이
    어렵고 하니까 학교생활이 여의치 않고..."

    우리나라 주요 대학의 등록금 최고 금액은
    천만 원이 넘습니다.

    인문사회계열이 880만 원일 뿐
    자연과학과 공대, 그리고 의대는
    1010만 원에서 1240만 원에 달합니다.

    최근 5년간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보다 최대 3-4배 이상 높았습니다.

    가파르게 오르기만 하는 대학 등록금.

    대학 측과 정부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사이,
    지금 대학 캠퍼스에는 분노의 함성과
    좌절의 한숨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이지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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