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출동][외국인들 벌금 낼 돈 없어 불법체류 실태]
● 앵커: 카메라 출동, 오늘은 오도 가도 못하는 사람들의 사정을 취재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벌금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불법 체류자로 주저앉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박태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서울 출입국 관리사무소, 외국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들어갑니다.
1시간쯤 뒤 다시 나오는 이 외국인을 만났습니다.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 얼마나 있다가 나가는 거예요?
●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7년,
● 기자: 안에서 하던 얘기가 뭐예요?
- 벌금 안내면 못가요.
●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벌금 200만 원 내야 돼요.
● 기자: 출입국 관리법 위반 사범이지만 아무 조사도 받지 않았습니다.
- 어디에 살고 있고 어디서 뭐하고 있는지는 안 물어봐요?
●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안 물어봐요.
● 기자: 다시 벌금만 갖고 오라고?
●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네.
● 기자: 그 얘기만 해요?
●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그 얘기밖에 안 해요.
● 기자: 이 외국인은 벌금 낼 돈을 벌기 위해 다시 불법 취업의 현장으로 되돌아가야만 합니다.
● 기자: 200만 원 내라고 하면 200만 원 내고 나갈 수 있어요?
돈 있어요?
●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아니 없어요.
● 기자: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예요.
●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난 잘 모릅니다.
● 기자: 현행법상 출입국 관리법 위반 사범은 즉각 신고하도록 돼있고 담당직원은 조사를 거쳐 강제 퇴거나 벌금 징수 후 출국 조치하도록 돼 있습니다.
현재 불법체류 외국인은 11만여 명, 대부분 불법 취업 상태입니다.
이들의 수입은 한 달에 6-70만 원가량, 그나마 국내 경기의 침체로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 불법 체류자(방글라데시): 저번 공장에서 5달 월급 안 받았어요.
● 불법 체류자(방글라데시): 이 동네에 있는 사람 있잖아요.
월급 못 받은 사람 많아요.
● 기자: 고향이 그리워 되돌아가고 싶은 사람도 많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벌금 낼 돈이 없다는 것입니다.
● 불법 체류자(방글라데시): 벌금 없으면 다시 가서 일해, 돈 갖고 와, 이런다.
(출입국 사무소에서)
● 불법 체류자(네팔): 작년에 저도 집에 가려고 출입국 사무소 많이 다녀 봤어요.
500만 원만 가져오면 보내주겠다, 아니면 보내주지 않겠다, 그렇게 말해서 돈이 없는 사람 어떻게 500만 원 벌금주고 집에 가나?
안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 기자: 지방의 한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봤습니다.
- 돈을 못 내면 여기 계속 있어야 되는 거예요?
● 출입국 관리소 관계자: 벌금 내고 가시면 돼요.
● 기자: 돈이 없다고 하면?
● 출입국 관리소 관계자: (한국에) 있으라고 하세요.
7년 동안 살았으면 계속 앞으로 살면 되지 뭐.
● 기자: 불법 체류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벌금 제도, 그 제도의 잘못된 운영으로 불법 체류와 불법 취업이 오히려 조장되고 있습니다.
카메라 출동입니다.
뉴스데스크
[카메라출동]외국인들 벌금 낼 돈 없어 불법체류 실태[박태경]
[카메라출동]외국인들 벌금 낼 돈 없어 불법체류 실태[박태경]
입력 1999-04-24 |
수정 1999-04-24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