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실에서의 재벌 총수들 소환조사 모습]
● 앵커: 재벌총수들이 검찰출두가 보통 때 같으면 어느 정도 예우를 받았을 텐데 줄줄이 불려나오다 보니까 예우 따질 때가 아니게 됐습니다.
재벌총수들의 소환조사 모습을 오정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노태우氏가 검찰에 나오던 날 검찰 내 일반직 최고위자인 사무국장이 마중을 나왔습니다.
하지만 어제부터 소환되는 재벌총수들은 검찰청사 입구에서 조사에 입회할 담당 수사관 2∼3명이 차갑게 맞아 곧바로 조사실로 직행했습니다.
한꺼번에 출두가 밀리면 이마저도 챙기지 않게 됩니다.
오늘 나온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과 코오롱 그룹 이동찬 회장은 어떤 승강기를 타고 몇 층으로 올라가야할지 몰라 한동안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회장이 대동한 비서진은 수사관에 의해 쫓겨나기까지 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습니다.
이들 재벌총수들은 또 중앙수사부장의 면담조차 없이 곧바로 딱딱한 출입문이 가로막고 있는 조사실로 안내됐고 노氏와는 달리 일반 조사실을 배정받았습니다.
특별조사실은 24평 크기의 침대와 소파 등이 마련돼 있지만 일반 조사실은 8평에 책상과 의자만이 한가운데 덩그렇게 놓여있을 뿐입니다.
수행원들의 접근이 일절 불허된 조사실에서는 간간히 고성이 흘러나오는 등, 조사의 강도도 예전보다 거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격을 모독하는 언사는 삼가지만 질문을 하고 혐의를 부인하면 증거를 들이대고 다시 부인하면 그때는 심한 질책이 쏟아집니다.
또 수사 검사 외에도 옆에 있던 수사관이 일란성 질문을 퍼부어 피조사자를 궁지에 몰아넣는 수사기법도 사용됩니다.
몇 차례 날카로운 추궁을 받고난 재벌 총수들은 대부분 보통사람보다 더 긴장된 모습을 보이고 이 때문에 물이나 담배를 많이 찾는다고 수사 관계자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조사를 마친 대부분의 재벌 총수들은 초췌한 모습으로 1층 현관에 나타나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치듯 청사를 떠납니다.
MBC 뉴스 오정환입니다.
(오정한 기자)
뉴스데스크
검찰 조사실에서의 재벌 총수들 소환조사 모습[오정환]
검찰 조사실에서의 재벌 총수들 소환조사 모습[오정환]
입력 1995-11-09 |
수정 199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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