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농과대학장 이경희 교수 자살]
● 앵커: 대학 총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중인 제자들을 설득하려다가 거절당한 학장이 자괴심과 무력감에 못 이겨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민주화 자율화 소리가 드높은 학원에서 바로 학원문제로 교수가 목숨을 끊은 이 사건은 우리 교권에 현주소가 어딘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이선재 기자입니다.
● 기자: 오늘 아침 6시 반쯤 서울 건국대학교 농과대학장 58살 이경희 교수가 건대 농과대학 별관 2층 원예학과 자기 연구실에서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학교 직원 최병화씨가 발견했습니다.
최 씨에 따르면 오늘 아침 시설점검을 하던 중에 각방을 돌던 중에 이교수의 연구실을 열어 보니 이교수가 전선배관에 나일론 끈으로 목을 매 숨져 있었고, 책상위에는 흰 종이에 쓴 다섯 장에 유서가 놓여있었다는 것입니다.
이교수가 부인과 두 아들 농과대 교수들에게 남긴 이 유서에는 학생들의 총장실 점거는 역량이 부족해 막지 못했다. 학생들이 슬기롭게 대처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 김종천 교수(건대 원예학과장): 성격이 아주 치밀하시고 조직적이시며, 책임감이 상당히 강한 분이십니다. 훌륭한 교수님을 잃어버리고 저희들은 비통한 마음에 잠겨있습니다.
● 기자: 이경희 건국대학교 농과대학장은 지난 14일부터 농과대학생 50여명이 총장실을 점거한 채 실습농장을 확보해 줄 것과 유능교수 충원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계속하자 나흘째 집에 들어가지 않고 학생들을 설득해 왔습니다.
이 교수는 어젯밤 7시쯤부터 한 시간 동안 마지막으로 학생들을 찾아가 농성을 풀것을 설득했으나 거절당하자 스승으로서의 비애를 느껴 자살한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이선재입니다.
(이선재 기자)
뉴스데스크
건국대 농과대학장 이경희 교수 자살[이선재]
건국대 농과대학장 이경희 교수 자살[이선재]
입력 1988-04-18 |
수정 198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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