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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시대 끝나고 일본주의 만들며 21세기 준비하는 일본[김승한]

모방시대 끝나고 일본주의 만들며 21세기 준비하는 일본[김승한]
입력 1987-10-18 | 수정 198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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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방시대 끝나고 일본주의 만들며 21세기 준비하는 일본]

    ● 앵커: 전후 30여년동안 가장 급속한 발전을 한 나라는 일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전후의 조건과 21세기의 조건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의 기술 연구 분야, 그리고 교육과 행정 등은 지금방식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게 일본의 최근의 조류입니다. 일본은 어디로 가는가? 도쿄에서 김승한 특파원입니다.

    ● 기자: 지금 일본은 21세기 시나리오를 어떻게 쓰고 있을까? 또 일본사람들이 지향하고 있는 21세기로 가고 있는 길은 어떤 길인가? 경제 대국, 기술 대국으로 부러움을 받는 일본이지만 미국과 유럽으로부터는 무역마찰로 거센 질타를 받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한국, 대만, 싱가포르, 중공이 맹추격을 벌이고 있습니다. 생산 대국의 시대가 끝나간다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에서 더 이상 모방할 것은 없다. 독창적인 미래를 열려면 1억2천만명의 일본 주위를 새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오늘 일본인들은 획일적인 책상을 거둬치우고 개성과 창의력을 채집하는 공간을 새로 가꾸기 시작했습니다.

    ● 오누우에 리코중앙연구소 소장: 새로운 발상에는 각 분야 간에 자유로운 대화가 절대 필요합니다. 이 나무모양의 광장은 그 상징이죠. 여기선 복장, 시간이 자유입니다. 세상의 새로운 수요에 대비해 여러 기술과 제품이 개발됩니다. 21세기 비즈니스환경 전부가 우리들의 연구 범위입니다.

    ● 기자: 자원은 없고 인구는 만원인 섬나라. 그러면서도 쾌적하고도 잘 사는 나라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20세기 방식의 사회구조를 개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서 대두되고 있습니다. 나까소네 수상 후계를 겨냥한 뉴리더 세 명은 약속이나 한 듯이 21세기의 신일본 창조를 선언했으며 대학, 산업계, 연구소, 기업에서는 손재주로 살던 시대는 끝났다, 다중의 지혜를 모아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자는 이른바 지가혁명을 제창하고 나섰습니다. 구미 제국과의 마찰을 피하고 후발국을 따돌리기 위한 ‘응용에서 기초로’ 라는 구상은 이미 일본 대학과 연구소, 그리고 첨단 제품 기업에서 실현되고 있습니다. 나고야 공업대학은 어제 로보트에 사람의 눈과 흡사한 전자 망막을 붙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함으로써 로보트의 인간화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갈채를 받았습니다. 물체를 분별할 수 있는 것은 빛, 일렉트로닉스 소자인데 칼륨 비소라고 하는 물질과 실리콘 반도체를 합성, 조합해서 빛의 정보를 순간적으로 전기 신호로 바꾸어 버리는 원리입니다. 앞으로 로보트가 사람과 같은 속도로 문자를 식별하고 해독할 날도 가까워 졌다고 예언하고 있습니다.

    ● 우메노 나고야 공대 교수: 동물 중에서 가장 정밀한 인간의 눈을 보면, A라는 글자에서 특징을 판별해 A자라는 것을 알아냅니다. 거기에 다른 부분도 식별해서 전체를 정확하게 알게 됩니다. 전자망막은 이런 원리를 이용해 인간 눈에 가까운 동작을 하게 됩니다.

    ● 기자: 이제는 로보트의 머리를 좋게 만드는 일만 남았습니다. 요코하마 중앙연구소는 컴퓨터와 인간이 얼마큼 대화를 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 오픈. 스타트. 옐로우.

    ● 기자: 컴퓨터는 지금 하나의 동물을 숨겨놓고 그 위에 갖가지 색깔로 위장하고 있습니다. 핑크라고 말하자 컴퓨터는 분홍 빛깔을 벗겼습니다. 블루라고 했을 때는 푸른 색깔이라는 것을 알아듣고 역시 그 색깔을 지웠습니다. 희미한 동물 모양을 보고 고양이라고 말했더니 아니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정답은 토끼였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는 좀 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짜내서 상품 수출할 일이 남았습니다. 스스로 기초를 연구해서 새 분야 선두에 나서지 않으면 살아날 수가 없다. 일본의 야심적인 기업은 일제히 초전도, 제5세대 컴퓨터, 생명공학, 신소재 개발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물론 전공분야가 따로 없습니다. 철강 업체가 생명공학에 뛰어들고 화학업체가 전자재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초순 니혼게자이 신문이 일본 100대 기업에 앙케이트 조사를 한 결과 절반 이상이 기초를 중시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지난 한 해 새로 설립된 기초 연구소는 40개가 넘고 올해도 식품업체인 아지노 모또와 맥주회사인 기린비어가 기초 연구에 돌입했습니다. 또 복사기 메이커인 리코에서는 광디스크 개발에 착수해서 세계 최고의 성능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리코 개발연구원: 저희가 개발한 색상재료로 만들어 종래 금속보다 기억밀도가 높죠. 디스크 한 장에 8백 메가비트가 들어가 세계 최고의 수준입니다. 지금은 입력만 가능하고 수정재입력은 불가능한데, 앞으로 유기재료를 이용해 재입력도 가능하도록 하겠습니다.

    ● 기자: 기초부터 다지자는 일본인들의 성과는 매일 아침 날아드는 경제산업정보지에서 세계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13년 후인 서기 2000년 일본은 GNP 3조7천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GNP에서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비중은 현재 11.8&에서 14%로 껑충 올라가고 미국, 유럽, 소련은 일제히 떨어지며 한국, 대만, 중공이 현재 1.3%에서 2.1%까지 도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다시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는 한 유수한 연구소, 취재팀이 컴퓨터 연구실을 한 번 구경하자고 제의하자 안내직원은 선심을 쓰듯이 외부 사람은 절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고 단서를 붙인 뒤 복도로 인도했습니다. 그리고는 겨우 10여미터 걸어간 뒤에 저 안에 연구소가 있다고만 말하고 출입은 안 된다고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덧붙인 말은 모든 연구소의 직원은 놀면서 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기초 연구소 아래에는 에어로빅 강당이 있었습니다. 응용에서 기초로 돌아가자. 기초는 창의력에서 나온다. 개성을 마음대로 발휘해보라. 일본 세계최초로 개발, 일본 세계최초로 성공. 끊임없이 터지는 세계최초라는 낱말은 감상적인 수식어가 아니라 21세기를 다져나가는 지가혁명의 차분한 실행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귀로 들리는 에어로빅 음악소리는 경쾌하기보다는 섬뜩한 여운으로 계속 남아있었습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김승한입니다.

    (김승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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