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 때 학생 지도자였던 차이링(柴玲)이 당시 무력 진압을 지시했던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과 리펑(李鵬) 전 총리를 용서한다고 밝히자 다른 학생 지도자들이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차이링은 톈안먼 민주화 운동 23주년이었던 지난 4일 미국 허핑턴포스트에 올린'나는 그들을 용서한다'는 제목의 영문 글에서 그날 파괴의 길을 선택했던 지도자들을 생각할 때마다 오랫동안 비통함과 분노와 싸워왔다고 밝혔다.
차이링은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지 못하나이다'라는 성경의 누가복음 24장34절 구절을 인용하면서 예수님이 자신에게도같은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님 때문에 나는 그들을 용서한다. 나는 덩샤오핑과 리펑을 용서한다.나는 1989년 톈안먼 광장을 급습했던 병사들을 용서한다. 나는 계속해서 자유를 억압하고 잔인한 '한 자녀 정책'을 강제하는 중국의 현 지도부를 용서한다"고 덧붙였다.
차이링은 그러면서 진실한 용서가 있을 때 영속적인 평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또 다른 학생 지도자였던 왕단(王丹)은 '차이링의 발언은 다른 동료 학생들의 의견을 대표하지 않는다'라며 반박했다.
7일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왕단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긴급 성명에서 차이링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살인자가 참회하거나사과하지 않았고 심지어 계속해서 살인하는 이때 피해자 측이 용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왕단은 차이링에게 개인의 신앙과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판단을 구분할 것을 호소하면서 차이링의 언급은 차이링과 그의 신앙을 대변하는 것이지 톈안먼 사건을 겪은 다른 학생 대부분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톈안먼 민주화 운동의 또 다른 주역이었던 우얼카이시(吾爾開希) 역시 '나는 용서할 수 없다'는 글을 통해 차이링을 비판했다.
그는 6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차이링이 종교에서 구원의 길을 찾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의 관점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우얼카이시는 이상과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동료 학생들이 희생된 데 대해 여전히 슬픔을 느끼며 학살자들에 대한 분노를 떨쳐버리기 어렵다면서 덩샤오핑과 리 전 총리를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톈안먼 민주화 운동 당시 '총사령관' 역할을 했던 차이링은 이후 중국 정부의 단속을 피해 프랑스로 도피했다가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소프트웨어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지난 2010년에 기독교에 귀의해 세례를 받았으며 여아 낙태 반대 운동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세계
홍콩=연합뉴스

'톈안먼 주역' 차이링 "당시 지도자들 용서"
'톈안먼 주역' 차이링 "당시 지도자들 용서"
입력 2012-06-07 15:36 |
수정 2012-06-0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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