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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왕국' 러시아 언제나 오명(汚名) 벗나

'사고 왕국' 러시아 언제나 오명(汚名) 벗나
입력 2011-09-09 21:07 | 수정 2011-09-0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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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는 언제쯤 '사고 왕국'의 오명(汚名)을 벗어던질 수 있을까.

    러시아 각지에서 수많은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대형 사고들이 잇따라 터지고 있는 가운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 지도부가 강력하고 근본적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할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일련의 사고들이 소련 시절부터 내려오는 낡은 인프라와 운영 시스템 등에서 비롯되고 있고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는 엄청난 예산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사고에 책임이 있는 민간회사는 물론 중앙 정부도 이같은 경제적 부담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 끊이지 않는 대형 사고 = 수많은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대형 사고의 선두에는 항공사고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4개월 동안에만도 4건의 대형 항공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거의 한 달에 한번 꼴로 일어난 셈이다.

    앞서 7일 오후 러시아 중부 도시 야로슬라블의 투노슈나 공항에서 이륙 중이던 '야크(Yak)-42' 여객기가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등 탑승객 45명 가운데 43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9일에는 승무원 등 11명을 태운 안토노프(An)-12 화물기가 극동 마가단주에서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7월 11일에는 시베리아 중부 도시 톰스크를 이륙해 서부 시베리아 도시 수르구트로 향하던 안토노프(An)-24 여객기가 엔진 이상으로 톰스크주(州)의 오비 강에 비상착륙하는 과정에서 동체가 부서져 7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했다.

    6월 20일에는 43명의 승객과 9명의 승무원 등 52명을 태운 투폴례프(Tu)-134 여객기가 러시아 북서부 카렐리야 자치공화국 수도 페트로자보트스크시(市) 외곽의 공항 인근에서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등 4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밖에 수십명 이상의 승객들을 태운 여객기들이 엔진 고장 등으로 비상 착륙하는 횟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수상 사고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앞서 7월 10일 러시아 중부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의 볼가강에서 200여 명이 탄 유람선 '불가리야' 호가 침몰해 120여 명이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불과 20여일 뒤인 7월 31일 수도 모스크바의 모스크바 강에서 16명이 탄 소형 유람선이 바지선과 충돌해 침몰하면서 또다시 9명이 숨졌다.

    현재 러시아에서 운항되고 있는 많은 여객선과 유람선이 노후해 언제든 또 다른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신속한 해결책 없어 고민 = 항공 및 수상 사고의 원인은 다양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장비 및 설비 노후, 서비스 요원들의 자질 부족, 수리 및 점검 소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사고 때마다 강경한 목소리로 근본적 대책을 지시하고 있다.

    8일 Yak-42 사고 현장을 찾은 대통령은 "항공사들에서 수많은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모든 항공사들을 상대로 승무원들의 자질을 점검해 일을 할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항공기 노후 문제를 제기하며 "사고 기종의 운항을 중단하고 큰 예산 부담이 생기더라도 현대적 항공기들을 구매하는 등의 대책을 서둘러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항공사들이 러시아제 낡은 항공기들을 폐기시키고 보잉이나 에어버스 등 외국의 신형 여객기들을 구매하도록 정부 예산에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동시에 자금력이 떨어지는 지역 중심의 영세 항공사들을 통폐합해 러시아 전역을 감당할 수 있는 대형 항공사들을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통령은 앞서 6월과 7월 Tu-134와 An-24 여객기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사고 기종들의 운항을 금지하라고 지시했었다.

    러시아 교통부 산하 항공운송청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항공사들은 130여 대의 Tu-134, An-24, Yak-42 등 낡은 기종 여객기를 운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여객기들을 모두 새 항공기로 교체하려면 최소 25억 달러(약 2조7천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같은 낡은 여객기들을 소유하고 있는 항공사들이 대부분 영세해 항공기를 교체할 만한 자금력이 없다는 데 있다.

    이고리 레비틴 교통장관은 8일 "현재 러시아에는 약 130개의 항공사들이 영업을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0개 정도의 회사가 전체 운송의 85%를 담당하고 있다"며 "나머지 회사들은 지역 노선에 취항하거나 전세기만을 띄우는 영세한 회사들"이라고 밝혔다.

    이 영세 항공사들은 신형 항공기 구매는 물론 경영난과 인력 부족 등으로 기존 보유 항공기들에 대한 수리와 점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형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문제가 많은 영세 항공사들을 모두 퇴출 시킬 경우 이들이 주로 영업하는 러시아 지방의 교통이 마비상태에 빠질 수 있어 이 또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이들을 대대적으로 지원할 형편도 못된다.

    러시아 재무 차관 타티야나 네스테렌코는 8일 "민간 회사들의 신형 항공기 구입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은 추가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대통령의 지시에 이견을 표시했다.

    항공 산업 분야 관계자는 이날 현지 일간 '코메르산트' 신문에 "외국 항공기 구입을 정부가 지원하는 논의는 결국 아무런 결과 없이 끝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다른 대형 사고의 주범인 낡은 여객선 및 유람선 교체도 상황이 간단치 않다.

    전문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현재 운항 중인 여객선은 모두 600여 척이며, 이들의 평균 사용 연수는 20~30년에 달한다.

    안전 운항을 위해 교체가 급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객선은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가 자체 생산하지 않고 체코슬라바키아나동독 등의 사회주의권 국가에서 수입해왔으며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결국 여객선 운영사가 은행 융자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고가의 외국 선박들을 구매해야 하는 데 그만한 능력을 갖춘 회사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러시아는 강이 얼어붙는 겨울이 길어 여객선 운항 시간이 짧기 때문에 운영사들의 투자 자금 회수 기간도 길어 웬만해선 신규 투자를 하지 않고 기존 선박을 대충 수리해 계속 운항하려 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승객들의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운항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대규모 예산 지원이 없이는 이같은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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