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을지로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난 백도빈은 배우로서의 욕심을 이렇게 내비쳤다.
2004년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뒤 지금까지 1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는 아직 배우란 수식어보다는 연기파 배우 백윤식의 아들이자 예능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은 정시아의 남편으로 더 자주 소개된다.
그런 그가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챔프'에서 주인공 승호(차태현)의 라이벌 '성현' 역을 맡아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챔프'는 절름발이 경주마의 실화를 바탕으로 시력을 읽어가는 기수의 이야기를 버무려 감동을 이끌어 내는 가족영화다.
백도빈은 특히 후반부에 주인공을 도와 클라이맥스를 이끄는 역할이어서 영화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야기가 굉장히 좋았어요. 휴머니즘이 담긴 이야기였고 성현이란 역할이 악역이지만 단선적인 인물이 아니고 끝에 변화가 있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죠."
체육을 전공했고 태권도 3단에 유도 1단으로 각종 운동에 능하지만 말을 타는 기수 역할은 그에게도 고생스러웠다고 했다.
"체중감량을 6㎏ 정도 했어요. 차태현 선배랑 1년 동안 말을 같이 탔는데, 극중후반부엔 더 잘 타는 걸로 나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열심히 배웠어요. 말에서 7~8번 떨어져서 허리를 많이 다쳤어요. 병원에서 물리치료 받으면서 탔죠. 원래 말을 못 타게 돼 있는 한겨울에도 콧물 고드름을 달고 연습할 정도였으니까 고생 많이 했죠."
그가 말을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TV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의 아들 '보종' 역할을 했을 때에도 말을 많이 탔다.
그러나 말을 앉아서 타는 승마와 엉덩이를 붙이지 않고 선 채로 말을 타는 경마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선덕여왕'으로 넘어갔다.
이 드라마는 그가 연예계에 발을 들인 지 7년여 만에 이름과 얼굴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준 작품이다.

"공중파 드라마 출연이 처음이었고 대중들의 시선을 처음으로 느끼게 됐죠. 연기도 많이 배웠고요. 고현정 선배를 비롯해 저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쟁쟁한 선배들 안에서 제가 막내였거든요. '보종'은 악인 집단에 있지만 열등의식에 사로잡혀있는 독특한 인물이어서 그런 점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는 영화 '타짜'에서도 주인공을 괴롭히는 건달로 출연하는 등 그간 악역을 많이 맡아 강한 이미지로 기억된다.
그러나 그는 실제 성격이 내성적이고 조용한 편이라고 했다.
"원래 성격과는 반대되는 역할들이 많이 들어와요. 학교 다닐 때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튀지 않고 친구들과 둥글둥글하게 잘 어울리는 편이었거든요. 아마 저를 아는 친구들은 TV에서 제가 갑자기 눈 부라리고 나오는 걸 보고 의아해 할 거예요(웃음). 스스로도 그런 내 모습이 새롭기도 하고 재미있어요. 그렇지만, 기회가 되면 조금은 말랑말랑한, 일상적인 인물도 연기해 봤으면 좋겠어요."
그는 유명 배우를 아버지로 두고 있으면서도 어린 시절 한 번도 배우를 꿈꿔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대학 전공도 체육교육과를 택했다.
"군대 갔다와서 복학할 때가 됐을 즈음 불현듯 여길(배우) 두드려보고 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확인을 한 번 안 하고 가면 후회가 남을 것 같다는 느낌이요.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은연 중에 아버지의 영향을 받긴 받았나봐요."
아버지는 배우가 되겠다는 아들을 그리 환영해주진 않았지만 "말리진 않겠다"고 했단다.
2002년부터 연예기획사를 알아보고 연습생으로 시작했지만, 아버지는 일을 알아봐 주지도, 연기 지도를 해주지도 않았다고 그는 전했다.
그래도 그는 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내며 늘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제 또래인 30~40대 젊은 감독들과 작업을 많이 하시고 저희 세대랑 소통이 잘 되는 분이에요. 늘 본인 나이보다 훨씬 앞서나가는 생각을 갖고 계셔서 편하게 얘기를 나누곤 하죠."
세 살배기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그는 요즘 책임감을 더 크게 느낀다고 했다.
"싱글 때보다는 책임감이 많이 들어요. 그리고 전에는 아버지가 걸어온 배우의 길에 대해 막연한 느낌이 강했다면, 이제는 아버지의 삶이 더 와닿는 달까 그런 부분도 있고요. 아내인 정시아 씨가 먼저 대중들에게 알려져서 제 이름이 뒤에 나오지만, 이게 스스로에게 자극이 돼서 더 열심히 하려는 의욕이 생겨요. 이 분야에서 크던 작던 간에 쓰임이 있는 연기자로 계속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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