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선 결혼 안 한 괜찮은 여자는 많은데 남자는 참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결혼 적령기 여자 중 미혼은 2000년 32만 명에서 2010년 65만 명으로 10년 새 2배나 급증했다.
우리나라 여자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수는 1.22명. OECD국가(186개국) 중 184위이다. OECD는 앞으로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20년 후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고 국가적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저출산 뿐만 아니라 결혼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을 불러와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30대 미혼 여성들 중 절반 이상은 결혼을 원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결혼 안 하는 여성들은 왜 늘어나고 있는 걸까?
더 이상 꾸려지지 않는 가정.
한국의 미래엔 물음표가 던져졌다.
대한민국에서 결혼 안 한 노처녀가 확산되는 배경은 무엇인지 확인해 보고 사례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의 현주소를 고민해보고자 한다.

언제부턴가 도시에는 노처녀들이 넘쳐나고 있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과거 시골 농촌 총각들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도시의 노처녀들의 문제가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다. 한 연애 전문가는 도시의 노처녀 문제를 풍토병이라고까지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들은 실제로 보니 결혼을 안 하고 싶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만나본 사례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주변에 남자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적인 시선은 노처녀들을 문제시하기도 한다. 저출산이나 인구 고령화의 문제 시작이 결혼 안 한 여자들에게 맞춰지기도 하는데... 실제 그녀들이 결혼을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 명의 노처녀를 만나 봤다.
# 서른세 살, 박정민 - 사랑이 두려운 나는 삼포세대입니다.
올해 서른세 살의 박정민 씨. 그녀는 학원에서 비정규직 강사로 일하며 월세 40만 원짜리 집에서 살고 있다. 고향 부산에서 찾아오신 어머니가 괜찮은 남자를 소개해준다며 설득했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결국 하루 종일 엄마의 잔소리만 듣게 되었는데...
노처녀라는 이름을 저는 듣기도 하고 듣지 않기도 하거든요. 근데 그건 내가 원해서 얻어진 이름이 아니에요 그건 이상하게도 남이 붙여준 이름표에요. 너 노처녀야! 근데 기준이 없어요. 뭐가 노처녀야? 그리고 어감도 안 좋아요 노! 처! 녀!
며칠 뒤, 다시 만난 그녀는 결혼식장에 있었다. 친구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탁받은 그녀. 인생의 동반자를 찾아 떠나는 친구를 보며 이러다 정말 나 혼자 남겨지는 건 아닐지 불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겐 결혼 자금은커녕 다달이 부담되는 월세도 버겁다. 전세자금 대출을 위해 찾아간 은행에선 비정규직 미혼에게는 대출이 어렵다는 이야기만 듣게 되는데...
결혼이요? 뭐 능력 좋은 남자 빨리 만나서 학자금 대출도 갚아주고 또 나까지 책임져 줄 수 있으면 상관없는데 그런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결혼을 생각할 여유가 없을 것 같아요. 등록금 시위하고 있는 저기 저 학생들도요. 같은 처지니까...
과도한 삶의 비용 때문에 결혼과 출산은 둘째 치고 연애조차 꿈꾸지 못하는 그녀. 그녀는 전형적인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이다.

홍보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서른여섯 김지아 씨. 그녀는 명문대 출신으로 연봉 5000만 원 이상의 전형적인 골드미스다.
모두가 꿈꾸는 성공한 삶.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지만 그녀에게는 딱 한 가지, 남자가 없다. 솔로 5년차, 하루하루를 외로움으로 달래고 있다고 하는데...
내 분야에서 인정받는다면 결혼도 따라올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프로가 되기 위해서 정말 많은 시간을 노력했어요. 근데 그러고 나니 오히려 내 사생활엔 공백이 있는 거예요. 제가 원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에요.
사랑 대신 일을 택했던 그녀. 그러나 지금 그녀는 몹시 후회하고 있다. 이제는 스치듯 만날 수 있는 남자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29살 땐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이게 뭐 늦은 나이야? 나 아직 20대인데? 근데 작년부터 갑자기 뭔가가 막 확 오는 거예요. 그러다 작년서부터는 아... 나도 이제 더 이상 빼도 박도 못 하는 30대 중반이잖아.
시간이 지날수록 느는 건 주름살과 나이밖에 없다는 그녀. 자신감이 더 사라지기 전에 올해는 반드시 인연을 찾겠노라 다짐한다. 인터넷을 뒤져 30대 미혼 남녀가 참여하는 싱글파티를 찾아냈다. 기회는 이때밖에 없다고 느낀 그녀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을 쓰고 파티 장소로 찾아가는데...
# 서른여덟, 곽명화 - 운명의 남자를 찾아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야금을 가르치고 있는 서른여덟 곽명화. 그녀는 단아하고 고전적인 이미지 덕에 남자들에게 항상 인기가 많았다. 대학을 다닐 때에도 친구들 사이에선 가장 먼저 결혼할 친구라고 손꼽혔다는데 그녀가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이유는 뭘까?
결혼한 친구들은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정신이 없으니 점점 멀어지고,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내는 친구들은 74년생 범띠 노처녀들이다. 하나같이 결혼에 관심은 있지만 남자를 만나지 못하는 그녀들! 만나서 대화하는 주제는 항상 똑같다. 기다린 만큼 우린 꼭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해! 아... 이 사람이다! 내 인생을 맡길 사람은 이사람 밖에 없다!
그런 남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저는 결혼을 하고 싶지 않거든요. 솔직히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마흔이 되도 마흔다섯이 되도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결혼하게 되면 육아와 살림만큼은 자신 있다며 당차게 포부를 말하는 그녀.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주변엔 남자가 없다. 간간이 들어오던 선 자리도 이제는 끊겼다.
서른여덟, 무모한 기다림을 하고 있는 그녀. 어떤 일이 있어도 운명의 남자는 포기할 수 없다던 그녀가 구청 맞선 행사장에 나타났다. 상대를 만나자 마자 질문공세를 퍼붓는 그녀. 그녀의 첫 번째 질문은 바로 이거였다.
연봉이 어떻게 되세요?

결혼의 전제조건은 바로 사랑이다.
하지만 우리가 본 세 명의 여자들은 일, 돈, 의심에 따른 두려움 때문에 실제로 결혼이 어렵다고 말했고, 그녀들이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였다.
우리 사회는 사랑을 하기에 왜 이렇게 두려운 사회가 되었는가? 사랑의 감정은 망각된 채 막연한 두려움과 의심 때문에 나부터 돌보게 된 사회.
타인을 위해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게 사랑이지만 어쩌면 자본주의가 철저하게 내재되어 있는 사회 속에서 사랑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사랑마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우리 사회가 서글프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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