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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재용 "발레리NO 말고 발레리노도 봐주세요"

엄재용 "발레리NO 말고 발레리노도 봐주세요"
입력 2011-03-20 08:57 | 수정 2011-03-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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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는 개그일 뿐이죠. 발레리노를 실제로 이상하게 보는 분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화려한 발레리나들을 받쳐주는 발레리노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유니버설발레단(UBC) 수석무용수 엄재용(32)은 대중들이 발레리노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애정이 어린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KBS 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화제의 코너 '발레리NO' 출연진에게 '어텐션', '바' 등의 용어와 기본 동작을 알려준 장본인이다.

    이 코너의 인기를 계기로 실제 발레리노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개그맨들을 발레에 눈뜨게 한 발레리노 엄재용을 최근 UBC 연습실에서 만났다.
    엄재용 "발레리NO 말고 발레리노도 봐주세요"

    그는 2000년 UBC에 입단해 10여년간 수많은 작품의 주역을 맡아온 간판스타이자, 국립발레단의 김현웅과 함께 국내 발레리노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특히 다른 발레리노들에 비해 이른 나이인 중학교 3학년때 발레를 시작해 기본기가 탄탄하고 연기력도 뛰어난 무용수로 평가받는다.

    무용계 일각에서는 개콘의 '발레리NO'가 발레리노를 너무 희화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엄재용의 생각을 달랐다.

    "발레가 대중들에게 더 알려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봅니다. 방송사 측으로부터 개그 내용을 미리 다 듣고 도와줄 수 있느냐는 제안을 받았는데, 저는 아무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발레를 배우는 어린 남학생들이 몸에 붙는 발레복을 입어야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NO'라고 답했다.

    "저도 발레를 처음 시작할 때는 부끄러웠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그런 걸 의식해서 발레를 못한다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낫죠. 발레를 일단 해보면 엄청나게 좋은 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봅니다."

    개그 코너처럼 실제 공연에서 관객들이 발레리노의 신체 중요 부위만 보게 되지는 않을지 묻자, 그는 웃었다.

    "전혀 그럴 일은 없습니다. 발레 공연은 워낙 화려한 움직임이 많아서 그 부분만 유심히 볼 새가 없어요." 게다가 발레리노들은 '서포트'라고 불리는 특수 속옷을 입기 때문에 일반적인 생각만큼 중요 부위가 드러나지는 않는다고 했다.

    "서포트는 움직임에 방해되지 않게 딱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점프 동작이 많은데,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해줍니다."

    국내에는 발레를 어릴 때부터 시작한 남자 무용수들이 많지 않지만, 엄재용은 발레리나였던 어머니(김명회 서원대 교수)의 영향으로 비교적 일찍 발레를 시작했다.

    "원래는 발레를 싫어하고 스포츠를 더 좋아했어요. 중2 때까지 아이스하키 선수였죠. 그런데 운동을 그만두게 되면서 갑자기 발레가 하고 싶어졌어요. 어릴 때부터발레를 많이 접했던 영향도 있고 그 무렵에 바르시니코프의 '지젤'을 비디오로 본 게 큰 계기가 됐죠. 바르시니코프를 보면서 '남자도 저렇게 춤을 추는구나' 하고 놀랐어요."

    발레단 활동 11년차인 그는 어느덧 맏형 격이 되면서 후배들을 걱정하고 이끌어주고픈 마음이 커졌다고 했다.

    "'발레'라고 하면 다들 발레리나만 생각하잖아요. 발레리나를 돋보이게 받쳐주는 사람들이 발레리노인데도 '남자가 무슨 발레를 해'라는 인식이 아직 많은 게 안타까워요. 유럽 같은 곳은 바르시니코프나 누레예프처럼 발레리노가 더 유명한 경우도 많은데 말이죠. 하지만 앞으로 점점 나아질 거라고 봅니다. 발레가 대중화하고 있고 요즘은 발레가 '대세'라는 말까지 나오잖아요."(웃음)
    엄재용 "발레리NO 말고 발레리노도 봐주세요"

    그는 발레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특히 지난해 초에는 다른 UBC 단원들과 함께 KBS TV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1박2일'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시청자와 함께하는 1박2일' 참여 공모에 엄재용이 인터넷으로 직접 지원해 출연자로 뽑힌 것.

    "처음엔 발레리노에 대해 알리고 싶어서 남자 단원들만 데리고 나가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공연도 보여줘야 하고 해서 발레리나들도 함께 나가게 됐죠. 결과적으로발레리나들이 더 주목받긴 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더 출연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발레에 방해가 안 된다면 응할 생각은 있다"면서도 개콘에 직접 출연할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그건 좀 생각해봐야겠다"며 웃었다.

    그는 요즘 UBC의 정기공연 '돈키호테'를 앞두고 맹연습 중이다. 이번엔 특히 8년 동안 사귀어온 연인이자 발레 파트너인 황혜민(UBC 수석무용수)과 잠시 떨어져 객원무용수로 초청된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의 김세연과 오랜만에 호흡을 맞춘다.

    "'돈키호테'는 희극 발레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습니다. 발레를 처음 보는 분이 아무런 준비 없이 와서 봐도 그냥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에요. 볼거리도 많고 마임도 재미있으니까 많이들 와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발레를 하는 이유를 물었다.

    "발레는 몸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예술입니다. 제 춤으로 말미암아 관객들이 감동하고 그런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을 때, 그 짜릿함은 무엇보다 더클 수 없어요. 어떤 작품을 하면서 그 안에 녹아들어가서 공연을 하고 그것을 마쳤을 때 엄청난 희열을 느낍니다. 발레에는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동작이 많아서 그런지 춤이 더 멋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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