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면이 매끄럽게 기울어진 원뿔이 있다고 하자.수평으로 자를 때 드러나는 두 개의 면은 면적이 같을까 다를까? 같다면 이 도형은 원뿔이 아니라 실제는 원기둥이다.
물체는 면들을 겹겹이 쌓아놓은 것인데 이웃하는 두 면의 면적이 같으면 측면이 기울어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반면, 두 면적이 다르면 원뿔의 측면은 매끄러울 수 없다.
불연속적인 계단 모양이 되고 만다.
공간의 무한가분성에 대한 역설이다.
이번엔 제논의 역설을 보자. 아킬레우스와 거북이가 달리기 시합을 한다.
거북이보다 10배 더 빠른 아킬레우스는 어차피 자신이 이길 것으로 보고 100m 뒤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제논은 주장한다.
아킬레우스가 출발점보다 100m 앞선 거북이의 출발점에 도착하면 거북이는 그 거리의 10분의 1, 즉 10m를 더 가고 그 10m를 쫓아가면 거북이는 또 1m를, 아킬레우스가 다시 1m를 갔을 땐 여전히 0.1m를 앞서 있게 된다는 것. 일정한 거리는 무한정 계속해서 10으로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속도가 느린 주자가 앞에서 출발하면 거리는 좁혀지긴 하지만 빠른 주자가 이길 수는 없다는 논리다.
최근 번역 출간된 로빈 르 푸아드뱅 영국 리즈대 교수의 '4차원 여행'(공간과 시간의 수수께끼들 펴냄)은 이처럼 공간과 시간에 대한 다양한 역설과 논쟁을 제기한다.
"공간과 시간이란 무엇인가?". 이 책의 첫 문장이 던지는 질문이다.
공간과 시간 속에 묻혀 있으면서도 인간이 정작 얼마나 무지한지 절감케 하는 시공간에 대한 철학입문서다.
공간과 시간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수천 년 동안 무수한철학자와 과학자를 곤궁에 빠뜨렸던 수수께끼를 파헤친다.
아리스토텔레스, 제논, 아우구스티누스, 라이프니츠, 칸트, 맥태거트 등 학자들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공간과 시간 개념이 얼마나 많은 궤변과 역설, 논쟁을 불러왔는지 되짚는다.
공간과 시간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인간의 경험, 기억, 관념, 자유의지, 시간을 관통해 존재하는 자아의 동일성을 설명하기 쉽지 않다.
책을 읽다보면지금까지 당연해 보였던 주장과 견해에 자연스럽게 의문을 갖게 된다.
책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시공간에 관한 철학은 완결된 것이 아니라 독자적이고 계속적인 탐구로 완결돼야 하는 철학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안재권 옮김. 416쪽. 1만8천원.
문화연예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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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에 관한 끝없는 수수께끼
시간과 공간에 관한 끝없는 수수께끼
입력 2010-09-13 15:46 |
수정 2010-09-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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