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12월, 아이돌 가수의 팬들은 바쁘다.
연말 시상식 투표에도 참여해야 하고, 앨범은 몇 장 내지도 않았는데 대형 콘서트를 한다는 오빠, 언니들의 콘서트 티켓도 사수해야 하며, 그들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본방 사수해야 한다.
거기다 최근에는 패션 잡지에도 아이돌 이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으니, 매달 ‘쥬니*’, ‘토마*’만 사면 되던 원조 아이돌 팬들보다 용돈은 더 빨리 바닥난다.
아이돌의 소비층이 전 세대로 넓어지고 아이돌 스타가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대두되자, 이제는 패션 화보에도 그들이 필수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드래곤은 솔로 앨범을 내기도 전에 나일론 9월호를 통해 금발을 공개했으며, 엠블랙 역시 데뷔하기도 전에 ‘비’ 선생님과 함께 나일론 10월호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12월 샤이니, 빅뱅, 소녀시대 서현의 팬은 보그를 사고, 2AM의 팬은 보그걸을 산다.
엠블랙의 팬은 엘르걸과 보그걸을 사야 하며, 소녀시대 윤아의 팬은 쎄시를 산다.
총천연색 무대 의상을 입고 조명 아래서 깡총거리던 원조 아이돌 때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진화다.
HOT의 ‘캔디 의상’이 길거리를 뒤덮는 것을 개탄하던 패션지에서 아이돌을 모셔가 화보를 찍다니 말이다.

빅뱅, 동방신기, 샤이니 등 아이돌 스타들의 무대 의상이 패셔너블해지고 무대 밖에서도 그들이 스타일아이콘으로 등극하자, 패션지 중에서도 ‘걸지’들이 발 빠르게 아이돌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모델 못지 않은 기럭지와 프로포션으로 꽤 괜찮은 패션 화보를 생산 해내고, 더불어 그들의 팬까지 잡지 시장으로 불러모을 수 있으니, 역시 아이돌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특히 동방신기에게 ‘디올옴므’를 입혔던 2006년 엘르 9월호는 재고량 없이 전국 매장에서 없어서 못 파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다음 달부터 모든 패션지에서 동방신기 섭외를 위해 뛰어다녔음은 당연하다.

아이돌 스타가 잡지 화보를 찍는 것은 팬들로서도 ‘땡큐’한 일이다.
일반 연예인 잡지에서는 시도도 할 수 없는 기획력으로 오빠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인터뷰도 심도 높게 진행되니 무대 밖 말간 모습이 궁금한 팬들이라면 아이돌의 ‘화보 + 인터뷰 패키지’는 소장 가치 100%다.
샤이니가 백조 날개를 달고 동화 속 왕자로 변신한 화보를 어느 팬인들 마다하랴(그 옆에는 서현이 있었지만…)
물론 섭외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패션 화보는 보통 인터뷰와 달리 메이크업과 의상 준비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시간이 곧 돈’인 아이돌로서는 하고 싶어도 거절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속출한다.
이렇게 되면 매거진들은 화보나 인터뷰 기사 대신 ‘대시 받고 싶으세요? 걸 그룹을 벤치마킹하세요’, ‘소녀시대표 컬러풀 메이크업’, ‘짐승돌 패션 따라잡기’등 기획기사나 피처기사에도 ‘소녀시대 소비시대’ 등의 기획기사를 게재해 ‘아이돌 시대’에 편승한다.

잡지는 ‘컨템퍼러리 매체’다. 동시대의 유행과 감각을 0.5보 앞서가며 리드하는 것인데, ‘아이돌 시대’에 아이돌을 분석하고, 아이돌을 촬영하고 인터뷰하는 잡지의 행태는 그래서 자연스럽다.
그런데 ‘샤이니’가 나온 걸 살까, ‘빅뱅’이 나온 걸 살까 고민하지 않고, 기사 타이틀로 잡지를 집어 들던 그때가 슬슬 그리워지고 있으니, 아이돌 화보는 가끔씩만 부탁하고 싶다.
김송희 기자 | 사진제공 엘르, 보그걸, 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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