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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조경석도 중국서 수입했나?

백제, 조경석도 중국서 수입했나?
입력 2009-04-08 11:46 | 수정 2009-04-0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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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경화사족(京華士族) 중 하나인 풍산홍씨 가문의 홍경모(洪敬謨.1774-1851)는 지금의 서울 충무로2가 중국대사관 뒤 진고개(泥峴)에 있던 자기 저택 사의당(四宜堂) 풍경을 묘사하면서 태호석(太湖石)이란 중국 돌을 수입해 가산(假山)을 만들었다고 했다.

    가산이란 인공으로 만든 산이며 대체로 연못과 세트를 이룬다.

    비단 홍경모 가문뿐만 아니라 이 시대 경화사족들은 호화사치품일 수밖에 없는 조경석들을 중국에서 수입해 조달했다.

    이런 전통이 여차하면 천년을 훨씬 더 거슬러 백제시대로 올라갈 판이다.

    사비도읍기 백제(536-660)의 또 다른 수도(왕성) 혹은 별도(別都)로 지목되는 익산 왕궁리 유적. 그래서 이곳을 왕궁성(王宮城)이라 부르기도 한다.

    1989년 이후 20년째 이곳을 발굴 중인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06년 조사에서 왕궁성 중 정원이 있었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적지 않은 기암괴석을 발견했다. 이 중 '덩치'가 아주 큰 것들은 발굴현장에 들어선 전시관 뜰에서 지금도 만날 수 있다.

    이들보다 크기는 작지만, 화려한 색채를 자랑하는 조경석도 있다. 계란이나 육면 주사위 모양에 가까운 이 돌들은 마치 자갈과 진흙을 이겨 구운 것과 같은 형상이며, 색조는 황색, 혹은 갈색을 띤다. 이 중 갈색 조경석은 마치 초콜릿을 발라 놓은 것 같다.
    도대체 이런 돌들은 어디에서 구했을까?
    난징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 남조 유적 답사를 자주 다니는 충남대 박순발 교수는 이를 "태호석"이라고 주장한다. 지금의 중국 저장성과 장쑤성 인접 지점에 형성된 거대한 담수호인 태호(太湖) 일대에서 생산되는 돌과 같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가까운 난징의 유서 깊은 고대 성곽인 석두성(石頭城) 일대에도 이와 매우 흡사한 돌들이 많이 분포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왕궁리 유적 조경석에 대한 지질학자들의 정식 분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석조문화재 보존과학 전문가인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 이찬희 교수는 "정식 분석을 해 보기 전까지는 어떠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중국산일 가능성이 있으나 국내에서도 이런 암석이 있을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부여연구소는 전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최범영 책임연구원은 실물을 관찰하지 않은 사진 판독임을 전제로 "인공적으로 만든 돌이 아니라 자연석임은 분명한 것 같다"면서 "국내산과 외국산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 두고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부여연구소는 조만간 지질학자들에게 정식 석질 분석을 의뢰할 방침이라고 신영섭 연구소장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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