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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의 두 모습을 이야기한다

링컨의 두 모습을 이야기한다
입력 2008-11-05 16:07 | 수정 2008-11-0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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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흑인노예해방사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인 미국의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을 상반된 관점에서 조명한 링컨 연구서 2권이 한꺼번에 나왔다.

    '가면을 벗긴 링컨'(소화 펴냄)은 우리에게 '노예해방의 선구자'로 알려진 링컨의 '부정직한 진짜 얼굴'을 파헤친 책이다.

    미국 메릴랜드 로욜라대학 경제학 교수인 토머스 J. 디로렌조는 이른바 '링컨 숭배자'들에 대해 "'아버지 에이브러햄'이라고 불리는 한 남자의 과장 되고 거짓된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고 그를 예수나 모세와 같은 반열에 올리는 일에만 관심이 있다"라며 '링컨 신화' 벗기기에 나선다.

    저자는 링컨이 노예를 해방하기 위해 남부를 공격했다는 주장에 대해 우선 반박한다.

    링컨은 결코 그렇게 말한 적이 없으며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거의 모든 백인들의 마음 속에는 흑인과 백인을 무분별하게 융합하자는견해에 선천적인 혐오감이 있다"라는 링컨의 1857년 6월 발언을 인용하면서 링컨은 성인이 되고 나서 생애 내내 이런 의견으로 일관했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링컨은 오히려 흑인들을 미국이 아닌 아프리카나 아이티, 중부 아메리카지역으로 보내는 '식민 정책'의 지지자였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링컨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1862년 흑인 한 무리를 백악관으로 불러 본보기로 이 땅을 떠나라고 요구했다는 일화가 소개된다.

    일리노이주의 식민협회 회원이었던 링컨은 흑인들에게 서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로 떠나 달라고 요구했는데 당시 라이베리아로 가는 것은 대부분 몇 년 안에 죽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또 링컨은 파나마의 석탄 채굴을 위한 노동력을 확보하고자 흑인들을 탄광 근로자로 쓸 생각을 했는데 당시 파나마는 말라리아의 소굴로 파나마에 산다는 것은 정착자에게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저자는 또 현재 미국에서 공식 의례 등을 거행할 때 성조기에 대해 충성을 다짐하는 '충성의 맹세'(Pledge of Allegiance) 역시 링컨식 사고방식의 유물이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연방은 각 주(州)보다 우선하며 따라서 주권(州權)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링컨의 주장이 링컨 신봉자들과 군국주의 및 행정 권력의 옹호자들에 의해 여러 세대에 걸쳐 끊임없이 되풀이됐으며 '충성의 맹세' 또한 19세기 후반에 어린이들을 권력독점적이고 단일화된 링컨식의 국가관으로 세뇌하려는 선동의 도구로 고안된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밖에도 링컨이 자신의 반대편에 섰던 신문 300여개를 폐간시키고 이유없이 구금되었을 때 구금에서 풀려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 인신보호영장제도를 정지했으며, 인신보호영장제 정지에 반대의견을 낸 대법원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우리가 알고 있던 위대한 정치가, 위대한 인도주의자의 면모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가면을 벗긴 링컨'이 링컨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면 '정직한 법조인 링컨'은 우리가 위인전에서 떠올리는 링컨의 이미지와 일맥상통하는 링컨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다.

    마크 E. 스타이너 미국 사우스텍사스 법대 부교수는 거의 25년간 변호사 업무에종사하면서 수천 건의 사건을 다룬 링컨에 대해 "생애를 일관해 '언제라도 정직한' 인간이 되겠다는 결의를 보여줬다"라며 '정직한 에이브(Abe)'의 변호사 링컨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농촌지역사회의 토지 분쟁이나 명예훼손 사건을 주로 담당하던 링컨이 시장 경제의 성장에 따라 철도회사의 사건까지 맡는 변호사로 변화하는 모습을 링컨이 맡았던 개별 사건들을 중심으로 보여준다.

    1847년 링컨이 패소했던 '흑인 여성 제인의 사건'도 소개된다.

    이 사건은 켄터키주의 노예소유주인 로버트 맷슨을 대리해 흑인 여성 제인 브라이언트와 제인의 네자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 사건으로 '노예제 폐지론자'인 링컨의 명성에 큰 오점을 남긴 사건이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링컨이 맷슨사건을 수임할 당시 노예제도를 진정으로 증오하고 있었지만 '법의 가면'을 빌려 개인적인 신념에 우선해 이 사건을 맡았던 것"이라고 옹호한다.

    두 책 모두 변호사인 임동진 씨가 번역했다.

    지난해 9월 링컨의 리더십을 소개한 '링컨의 T-메일'을 번역하기도 했던

    임씨는 "링컨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이나 전면적인 비난은 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듯하며 어떤 관점이나 기준에 입각하느냐에 따라 긍정과 부정이 엇갈릴 수 있다"며 "거시와 미시, 21세기와 19세기, 전체와 부분을 놓고 보는 시각적 차이는 링컨과 미국의 역사에 새로운 안목을 제시해줌은 물론 우리가 당면한 남북관계의 설정에도 참고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각 권 204~430쪽. 각 권 1만~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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