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혁(37) 씨의 두번째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문학동네 펴냄)은 온갖 소리들로 가득 차 있다.
피아노 소리부터, 오르골 소리, 비닐레코드 긁는 소리, 600종의 악기가 내는 소리, 전기기타 소리, 음치들의 합창 소리, 여기에 장난감 유리방패가 내는 '췌엥' 소리까지….
작가도 책 말미 직접 그린 음반 재킷 모양의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집은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녹음테이프"라고 말하고 있다.
작가의 "취향과 마음과 선택이 담겨 있다"는 이 소설집에는 작가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발표한 단편 8편이 수록돼 있다.
최근 제2회 김유정문학상을 받은 '엇박자 D'는 "세상을 나름의 박자대로 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공연기획자인 '나'에게 어느날, 절묘한 엇박자 감각으로 인한 굴욕의 경험을 갖고 있는 고교 동창 '엇박자 D'가 나타나 자신이 기획을 맡을 유명 가수 공연의 컨설팅을 요구한다.
"음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공연기획에 나섰다는 '엇박자 D'는 공연중 음치 22명이 부르는, "목소리가 겹치지만 절대 서로의 소리를 해치지는 않는" 합창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준다.
'엇박자 D'는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 중에 가장 최근에 발표된 작품이기도 한데 작가는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과 애정이 바탕이 된, 앞으로 쓰고 싶은 스타일의 소설"이라고 말한다.
시기적으로 가장 먼저 발표된 '비닐광 시대'는 전작들에서 보였던 수집에 대한 관심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DJ 지망생인 '나'는 "DJ들은 원곡의 느낌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온갖 기교만 자랑하는 놈들"이라고 생각하는 한 LP수집광에 의해 지하 창고에 갇힌다.
"이건 정말 세상에서 하나뿐인 음악들일까. 이 사람들의 음악은 그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은 어디에도 없다.
누군가의 영향을 받은 누군가, 의 영향을 받은 또 누군가, 의 영향을 받은 누군가, 가 그 수많은 밑그림 위에다 자신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105쪽) 창고에서 나온 주인공이 다시 DJ 일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며 하는 이 독백은 "나는 레고 블록처럼 무수히 많은 조각들로 이뤄진 덩어리"('펭귄뉴스' 작가 후기 중)라던 말과 궤를 같이 한다.
이번 소설집에는 이밖에도 표제작 '악기들의 도서관'을 비롯해 성인 사회에 흡수되길 거부하는 나와 M의 '면접놀이'를 다룬 '유리방패', 김소진의 '고아떤 뺑덕어멈'을 '리믹스'한 '무방향 버스' 등이 수록돼 있다.
이 소설집만 보면 작가가 굉장한 음악광일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을 소설을 위해하나하나 배워온 것들이라고 한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음악을 소재로 삼다보다 음악 관련 다른 분야에도 계속 알고 싶은 것이 생겼고, 나름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음악 소재 소설을 계속 쓰게 됐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잘 알고 있는 것보다는 궁금한 것에 대해 써야 스스로도 질리지 않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을 좀 써야할 것 같아 8개월 동안의 신문사 기자 생활도 접었다는 작가는 오랫동안 준비했던 좀비 관련 장편소설을 올해 연말까지는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12쪽. 1만원.
문화연예
서울=연합뉴스

[신간]엇박자들이 만든 절묘한 하모니
[신간]엇박자들이 만든 절묘한 하모니
입력 2008-04-23 16:06 |
수정 2008-04-2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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